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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고 유학을 갑니다

퇴사하고 떠나는 서른 살의 미술 유학

 

 

 

 

 

 

   

- 정유진 지음
- 123*185 / 288쪽
- 14,000원
- 2018년 5월 15일
- 979-11-86561-49-2 (03810)
- 010.4417.2905(대표)

         
 

“저… 회사 그만둘 거예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이 자리에 계속 머문다면
10년 후 내가 지금의 나에게 뭐라고 할지 뻔했다. 이제부터는 내가 길을 만들어야 했다. 서른 살, 낙엽이 우수수 쌓이는 계절에 나는 그렇게 다시 백수가 됐다. 

제4회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 수상!
‘혼자 만들어가는 유학 포트폴리오’ 수록

‘퇴사’ 시대다. 평생 한 직장에서 정년퇴직하는 시대는 지났다. ‘퇴사’는 이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주할 선택이며 숙명이다. 대학을 나와 고(高)스펙을 쌓아 취직했지만,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업무와 꽉 막힌 상명하달식 문화가 숨통을 죄어온다. 소모된다는 느낌. 그러나 ‘퇴사’를 결행하기에 현실은 만만치 않다. 취직 준비에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퇴사에는 정보도 답도 없다. 절박함에 취직을 준비하던 취준생의 마음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퇴사를 준비하는 ‘퇴준생(퇴사준비생)’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대학을 나와 게임회사와 방송국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두 번’ 그만두고 캐나다로 미술 유학을 떠난 작가의 ‘퇴사 이야기’를 담은 『회사 그만두고 유학을 갑니다』가 그 길잡이가 될 것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 무슨 일을 잘하는지 자신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탐색의 시간.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깨닫고, 계획을 추진할 수 있는 비용과 마음을 준비하는 값진 시간. 퇴준생의 첫걸음은 바로 이 책을 읽는 것이다.  

 




출판사 서평

“저 회사 그만둘 거예요.”
몇 번을 곱씹었던 문장인데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목소리가 작아졌습니다. 폭풍 선언을 하고 책상으로 돌아왔는데 손이 계속 떨렸습니다. 정말 이게 맞는 걸까?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의심과 두려움이 마음을 뒤흔들었지만 정신을 부여잡고 다시 일했습니다. 딸깍. 퇴사를 준비하며 불안하고 고민 많았던 시간은 긴 스크래치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회사를 그만두며 느낀 고민의 무게보다 훨씬 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저는 기대했던 새로운 곳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어른들 말처럼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회사’에서 일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던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운이 좋게 원하는 학교에 붙었고, 대학 시절 내내 조용히 지냈습니다. 졸업하자마자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게임회사에서 1년 조금 넘게 일했고, 2012년에 신입 공채를 통해 방송사에 입사했습니다.

왜 저는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을까요. 사실 주어진 삶을 또박또박 걸어가듯 사는 건 나쁘지 않았습니다. 회사에 어렵게 들어오고 나니 인생의 큰 숙제를 마친 기분이 들었고, 좋은 사람도 많았습니다. 돈을 벌면서 저축을 할 수 있었고 업무도 몸에 익었습니다. 집을 살 만큼은 되지 않아도 둘이 같이 돈을 벌면 생활이 어렵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저만치 멀어져 있던 내 목소리를 되찾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려면 지금 누리고 있는 걸 버려야 하는데, 저는 아직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그저 버텼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 계속 머문다면 10년 후 지금의 나에게 뭐라고 할지 뻔했기 때문입니다. 

‘선택은 점점 더 어려워질 거야. 제발 용기를 내.’ 
‘유학 가고 싶어.’ 
‘그림도 그리고 디자인도 공부하고 싶어.’ 

승진도 이직도 새로운 입사도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을 때, 전혀 다른 생각이 튀어나왔습니다. 아예 다른 공부를 해보면 어떨까. 그 공부가 ‘해야 하는 공부’가 아니라 ‘하고 싶은 공부’라면? 누군가에게 털어놓기에 특별하지도, 대단할 것도 없는 결심을 하고 나니 잔뜩 흐렸던 마음이 맑아졌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합격통지서도, 든든한 지원군도, 철저한 계획표도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닦아놓은 길을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내가 길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서른 살, 낙엽이 우수수 쌓이는 계절에 저는 그렇게 다시 백수가 됐습니다.

서른 살, 저는 그렇게 백수가 됐습니다

누구나 퇴사를 꿈꿉니다. 그리고 결국 퇴사를 합니다. 단지 언제 어떻게 회사를 떠났는지가 다를 뿐입니다. 그러나 ‘그깟 회사 그만둬도 인생 망하지 않아’라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 건, 한국에서 회사라는 존재가 월급 받고 커리어를 쌓는 수단에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모였을 때 듣는 이야기, 사회에 발을 내디뎠을 때 다짐했던 포부, 정든 동료의 얼굴…… 모든 것이 퇴사로부터 우리의 발목을 잡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현재의 자리를 떠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미루면서 살 거야? 진짜 해보고 싶은 건 언제 할 거야?’ 그렇게 저는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며 살고 싶었던 일상을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배우는 게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그게 가능한 곳으로 떠나면 되지 않을까. 이제는 다른 사람의 기준을 버리고 나만을 위한 선택을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은 제가 미대를, 그것도 외국에서 공부하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모두들 걱정했습니다. 저 역시 취미미술학원에도 다녀보고, 유학을 돕는 학원에서 상담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괴롭혔던 것은 포트폴리오였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유학 포트폴리오’를 검색했습니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합격 예시와 후기를 읽어보니 비싸더라도 학원을 다녀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학원을 다녀온 결과, 저는 혼자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모든 과정을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 아니라 유학 가서 쓸 돈을 아끼고 싶은 소심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저처럼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저축한 돈으로 떠나는 유학은 ‘간이 부은’ 도전입니다. 배우자와 함께 간다면 배우자의 응원과 헌신, 계획적인 지출도 필요합니다. 혼자 떠난다면 어떻게든 아끼고 또 아껴야 합니다. 

정말 혼자 준비할 수 있을까 - 
나 혼자 준비하는 유학 포트폴리오 

저는 지금 캐나다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결혼한 학생의 배우자에게 취업비자를 주는 캐나다로 미술유학을 결정했습니다. 캐나다는 2년제 이상 공립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에게 최대 3년의 취업비자를 줍니다. 각 주마다 다르지만 3년 중 1년 이상 풀타임으로 일하면 영주권 신청이 가능합니다. 물론 캐나다로 미술 유학을 간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 영국 등에 비해 학비가 저렴하고, 공부하면서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취업률이 높은 2년제 컬리지도 좋습니다. 컬리지는 학과도 많고 6개월에서 2년까지 기간도 다양합니다. 학비도 4년제 대학보다 저렴하며 다양한 장학금에 국제학생도 지원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전공은 그래픽 디자인과 웹디자인 위주로 개설되어 있고, 2년 동안 취업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졸업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때문에 커리큘럼이 빡빡하고 마지막 학기에는 인턴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게 최선의 선택이었을까요? 교수님은 “지금은 잘한 걸 따라 하는 걸로 시작하지만, 너희는 결국 누구보다 잘하게 될 거야”라고 힘을 주십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게 디자인일 수도 있고 내년도 사업 계획일 수도 있고 내일 당장 무엇을 할 것인지 답해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질문은 대부분 추상적이고 답이 없어 보입니다. 주변이 깜깜해서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앞으로 가려면 우선 확실한 방향으로 몸을 향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이 길이다 싶어 한 길만 걸었던 사람은 없습니다. 조급한 마음은 질문의 무게와 함께 잠시 내려놓고 느리게 돌아가는 듯 보여도 연필을 들고 내가 할 수 있는 스케치부터 시작하자. 그래서 저는 그림을 그립니다. 두 시간짜리 수업을 받기 위해 평균 열 시간을 준비합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디자인하기도 하고 디자인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이전과 다른 게 있다면 더 이상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떠나온 학교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디자인도, 그림도, 일러스트도 잘 못하거나 내 길이 아니면, 그땐 어떡할 거야?”
이번엔 제가 대답했습니다.
“다른 거 하면 되지. 다들 이미 여러 번 망해봐서 알잖아. 안 죽어.”

* 『회사 그만두고 유학을 갑니다』에는 비전공자인 제가 미술 유학을 준비하며 스스로 만든 ‘미술 포트폴리오 만들기’가 부록으로 실려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꼼꼼히 만들었습니다. 그 누군가가 당신이 되면 좋겠습니다. 


 

 

본문 중에서

 

‘유학 가고 싶어.’ ‘그림도 그리고 디자인도 공부하고 싶어.’ 누군가에게 털어놓기에 특별하지도, 대단할 것도 없는 결심을 하고 나니 잔뜩 흐렸던 마음이 맑아졌다. 하지만 막상 유학을 가려는 결심만 굳혔을 뿐 나에게는 합격통지서도, 든든한 지원군도, 철저한 계획표도 없었다. 많은 사람이 닦아놓은 길을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내가 길을 만들어야 했다. 서른 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계절에 나는 그렇게 다시 백수가 됐다.   

*

때마침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다시 카페로 향하면서 나는 마음에 남아 있던 묵직한 열등감을 씻어냈다. 엄청나게 잘난 사람들과 경쟁하며 글로벌 인재가 되는 건 내 유학의 목표가 아니잖아.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며 살고 싶었던 일상을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배우는 게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그게 가능한 곳으로 떠나면 되지 않을까. 이제는 다른 사람의 기준을 버리고 나만을 위한 선택을 해보자. 

*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왜 사랑하는지’ 묻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회사를 그만두고, 직업을 바꾸고, 다른 전공 공부를 하는 이유가 구구절절 길 필요가 있을까. 누군가는 두 번의 퇴사 후 전공을 바꿔 유학을 떠나는 상황이 실패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내 선택의 이유를 다른 사람이 찾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다. 상대방이 “그거 왜 해요?”라고 물으면 답은 간단하다. “그냥 좋아서요.”

*

불안한 마음을 안고 그래도 혼자 준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잘나서 모든 과정을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유학 가서 쓸 돈을 아끼고 싶은 소심한 마음 때문이었다. 매일 마시는 커피값 계산해가며 힘들게 모은 돈인데 학원비에 펑펑 쓸 수는 없었다. 돈을 떠올리면 물감 한 개 쉽게 사기 어려웠고 비싼 수입지는 만지작거리다가 포기하곤 했는데 출발선에 서기도 전에 빈털터리가 될 수는 없지. 유학생활에 돈이 얼마나 들지도 모르니 떠나기 전까지 혼자 준비해보자고 결심했다. 물론 준비 기간 내내 방향 없이 달리는 마라토너가 된 느낌이었지만 이왕 달리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

그때부터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이것만 안 하면 행복할 것 같고 이 일만 하면 행복해지리라 굳게 믿었는데 실제로 해보면 오히려 더 불행해졌다. 힘 빠지는 시도를 몇 번 하고 나서야 알았다. 행복이라는 종착지는 없구나. 인생 자체가 선택의 연속일 뿐 행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해야만 하는 과제는 처음부터 없었다. 행복을 위해 투자한 게 많다고 느낄수록 기준은 올라가고 만족도는 떨어졌다. 돌이켜보면 나는 행복의 순위에 따라 선택한 게 아니라 고통의 순위에 따라 선택하곤 했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때 감당할 만한 고통을 주는 선택지에 마음이 갔다. 행복은 견딜 만한 고통에서 느끼는 엔도르핀이었다. 프로젝트가 무사히 끝났을 때 잠시 찾아오는 저릿한 만족감, 뜻하지 않게 얻은 작은 기회,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높아지는 자존감이 흔히 행복이라 부를 수 있는 순간이었다.

*

혼란의 20분이 지나고 교수는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의기양양하게 등장했다. 그러곤 한참 동안 뇌가 그리는 그림과 눈이 그리는 그림의 차이를 설명했다. 디자이너는 때로 뇌가 상상하는 인간을 그려야 하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대로 표현하기도 해야 한다. 문제는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린다고 믿으면서 실제로는 상상해서 그려서 눈을 속이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15분간 그린 앞사람의 얼굴과 상상으로 그린 교수의 얼굴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걸 발견했다. 오히려 그림 실력이 형편없다고 좌절하고 있던 친구들의 그림이 실제 얼굴과 약간 닮아 보였다. 코는 어떻게 생겨야 하고 입술은 어때야 하고 눈은 어떻게 갈라지는지 누군가 정해놓은 이론만 접했던 나의 그림은 형편없었다. 이 고정관념을 어떻게 깨야 할까 고민하다 손을 들고 질문했다. “기억을 지울 수는 없잖아요, 보이는 대로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거꾸로 뒤집어서 그려.” 인간을 인간답게 그리지 않아야만 인간다워진다는 그의 주장은 결국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시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뇌를 속여. 너의 뇌는 생각보다 게으르다고.

*

2시간짜리 수업을 받기 위해 평균 10시간을 준비한다. 거기에서 그림과 디자인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목적지가 없다는 것. 내가 정한 그곳이 목적지가 되는 것. 그림을 그리기 위해 디자인하기도 하고 디자인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전과 다른 게 있다면 더 이상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하지 않는다는 거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평소에 별 고민하지 않던 사람도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다 보면 빨간 별이 몇 개는 튀어나온다. 거기에서 칭찬의 역할이 중요하다. 칭찬은 그 별을 쫓아서 오래 달릴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스스로 만든 기준을 넘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 자발적으로 잠을 줄이고 더 열심히 노력한다. 칭찬이 목적인 것과는 좀 다르다. 칭찬은 짧고 허무하지만 자신에게 느끼는 만족감은 힘들게 고민했던 시간에 충분한 보상이 된다. 그러니 우리, 좋은 건 좋다고 말합시다. 참을성이 없는 게 아니라 재미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잖아요.

*

다들 지난 이야기를 선뜻 꺼냈다. 누군가의 바보 같았던 선택에는 같이 웃었고 돈이 없어 힘들었던 사연에는 다들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했던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었다. 처음부터 이 길이다 싶어 줄곧 한 길만 걸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마음이 편해진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안심하는 표정 위로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 “만약 디자인도, 그림도, 일러스트도 잘 못하거나 내 길이 아니면, 그땐 어떡할 거야?” 누군가 뒤에서 작게 물었다. 이번엔 내가 대답했다. “다른 거 하면 되지. 다들 이미 여러 번 망해봐서 알잖아. 안 죽어.”

 




차례

Prologue - 퇴사합니다

1 - 내가 회사를 떠나야 했던 이유 21

장래희망의 비극 ― 내가 기다리던 아름다운 미래는 어디로 갔나
첫 퇴사 여행은 실패 ― 목적 없는 방황은 독이 된다
신입사원의 애티튜드, 상사의 애티튜드 ― 좋은 자세가 뭐길래
섬을 탈출하려면 ― 누군가 가본 길은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지 않더라
보쌈과 나이 ― 회사에는 업무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다

2-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질문들 53

두 번째 퇴사 여행 ― 작은 도시에서 새로 그리는 미래
전공의 경제학 ― 과거는 묻지 마세요
편도 비행기표 ― 돌아올 날이 정해지지 않은 티켓을 사다
나에게 예술은 ‘깡통’이다 ― 다시 즐겁게 내 마음대로 그리기
취미미술, 어디까지 해봤니 ―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 배울 수 있을까
다 망하고 거지가 되면 어쩌지 ― 좋은 경험이 나를 만든다는 믿음

3 - 막막하지만 혼자 준비하는 유학 87

정말 혼자 준비할 수 있을까 ―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만들었어?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 ― 캐나다 대학에 지원하다
비자를 주세요 ― 서류 준비, 쉬운 게 하나도 없네
23킬로그램의 전 재산 ― 나를 보듬는 짐의 무게
무거운 관계여 안녕 ― 돌이킬 수 없는 선택들을 두고 떠나며

4 - 다시 학생이 되다 107

내 사랑 모디 ― 단지 좋아서 옆에 두는 것
혼돈의 24시간 ― ‘학생비자’는 처음이라서요
우리 집 찾기 ― 보증인 없는 유학생이 집을 구할 때
나를 그려봐 ― 눈으로 그리기, 머리로 그리기
드로잉 교재는 유튜브 ― 가르치는 사람의 역할은
느리지만 확실한 방법 ― 좋은 아이디어는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다
좋은 건 말로 해야 알지 ― 비판과 토론이 가득한 수업
넌 뭘 배웠니? ― 내가 나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책을 만들다 ― 북 바인딩을 배운 이유
100년 넘은 레터프레스 기계로부터 ― 우리는 모두 유일하다

5 - 낯선 풍경이 일상이 되기까지 175

제가 할게요 ― 선택하고 책임지는 연습
왜 밥을 사면 안 되지 ― 더치페이의 미학
라이프 드로잉 ― 몰입의 경험, 누드 크로키
너는 몇 살이니 ―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심심한 천국에서 사는 법 ― 멍 때려도 괜찮아
떼쓰는 아이처럼 ― 당신도 지금 원하는 게 있다면

Tip - 비전공자의 미술 포트폴리오 만들기 215

1. 공식은 없다, 시작하기도 전에 겁먹지 말자
2. 주제 잡기와 마인드맵 활용하기
3. 스케치북과 관찰 드로잉
4. 혼자 기획하는 프로젝트
5. 평가하기 기록하기 보여주기
6.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잘 만든 포트폴리오란?

Epilogue - 결국 나답게 살기 282



지은이

정 유 진

낯선 풍경 뒤로 뜨는 해와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산책하기를 좋아한다. 오늘 처음 만난 하루를 꼭꼭 씹어 넘기듯 산다. 삶의 어두운 그늘과 용기 내어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자 담대하게 자신만의 삶을 노래하는 사람.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엔씨소프트 사업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힘겹게 들어간 회사를 1년 반 만에 때려치우고 2012년 MBC 방송경영 부문에 입사했다. 방송사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출연자 월급 주는 일을 합니다”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사내 신문에 실리는 신입사원 소개 글에 당당한 포부 대신 ‘하루 지난 카레를 맛있게 먹는 법’을 썼다. 한동안 아무도 먹지 않는 카레 같은 일상을 보내다가 두 번째 퇴사를 결심했다. 혼자 미술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며 느낀 점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 깜깜한 어둠 속을 홀로 걷고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격려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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