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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무취미

우루루 몰려다니는 것을 싫어한다. 주로 혼자 다닌다. 인생의 특정 구간마다 자주 보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동행하기도 한다. 티구안을 운전해 카페에 가고, 서점에 가고, 미술관과 갤러리를 찾는다. 편하다. 약속을 따로 잡을 필요가 없고, 중간에 계획을 틀어도 상관없다. 수년 동안 출판사에서 강의 및 전시 공간을 운영하다가 정리한 이유도 그래서이다. 공간을 만들었으니 당연히 사람들을 불러 모아야 했다. 시간을 내어 공간을 찾아준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했다. 그것이 나의 ‘일’인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기획이니 브랜딩이니, 콘텐츠니 플랫폼이니 하는 말들에 현혹되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동호회라는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동호회에 참여한 적이 없다. 산을 오르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가고, 와인을 마시고, 책을 읽는 일을 왜 여럿이 한단 말인가. 취미는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오롯이 즐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여럿이 함께하면 좋은 점이 있겠지만, 그것은 반드시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쏟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피곤한 존재는 바로 사람이 아니던가. 취미는 취미일 뿐. 취미에 인생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관절 너의 취미는 무엇이냐고 묻는 이가 있을 듯하다.

저의 취미는요…… 없습니다!

실제로 나는 취미가 없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무취미의 권유』라는 산문집을 좋아하는 이유다. 나는 이 책을 집 서가에 한 권, 사무실 서가에 한 권, 그리고 운전석 옆 칸에 두고 틈틈이 읽는다. 읽을 때마다 삶의 기준을 그어주는 책. 그런 책이 나는 좋다.

“취미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취미란 기본적으로 노인의 것이다. 너무나 좋아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몰두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면, 젊은이들은 그것을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일로 삼는 프로가 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책의 7페이지에서 무라카미 류는 이렇게 적었다. 자신도 취미가 없다고 고백한다. 소설을 쓰고, 영화와 쿠바 음반 제작도 하고, 전자메일 매거진을 편집하고 발행하지만 이는 모두 돈이 오가고, 계약서를 쓰고, 비평의 대상이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나도 그렇다. 책을 만들고, 대학에서 예술철학을 강의하고, 미술에 관한 글을 쓰지만 모두 돈이 되는 ‘일’이다. 일이 취미가 되고, 취미가 일이 되는 삶을 꿈꾸었는데,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

윤동희 / 북노마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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