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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다시 책을 읽는 사람들
- 사람들은 왜 다시 책을 읽는 걸까?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번호가 두 자리가 된 십여 년 동안 세계가 잃은 것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었다. 스마트폰의 순항은 종이책과 등을 맞대고 있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책은 추방되었다. 나와 같이 책을 만드는 사람은 스마트폰에 대한 애증의 양가감정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 전자책, 킨들, 아마존, 넷플릭스…… 책을 둘러싼 매체와 플랫폼의 변화, 책보다 월등히 재미있는 콘텐츠의 향연 속에서 책과 독서에 관한 인류의 끝없는 갈망은 이제 종언을 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책을 만드는 이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스마트폰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느 시대보다 많은 것을 읽게 만들었고,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글을 쓰게 만들었다. 때론 긴 글로, 때론 짧은 글로, 때론 댓글로, 때론 해시태그로…… 사람들은 읽고 써내려갔다. 계속해서 쓰다 보니 나만의 책을 만들고 싶었다. 기왕이면 기성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내가 직접 쓰고, 만들고, 유통시키고 싶었다. 때마침 2009년을 기점으로 도시 구석구석에 독립서점이 생겨났다. 홍대 앞에서 지금은 연희동으로 옮긴 독립서점 ‘유어마인드’가 무게 중심을 잡아주었다. 기성 작가들과 출판사들이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삶에 대한 섬세한 관찰을 가능하게 해준 책들의 입소문은 SNS가 도맡았다. 다행인 걸까, 불행인 걸까. 시대는 저성장, 장기침체로 접어들었다. 꼰대, 미투, 페미니즘, 젠더, 우울, 퇴사 등 세상을 견디는 힘으로 쓴 독립출판의 독특한 스토리텔링에 젊은 독자들이 마음을 열었다.

출판사들도 뒤늦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쏜살문고’ ‘아무튼 시리즈’ 등 동네 서점, 독립서점을 염두에 둔 기획이 쏟아졌다. 한국과 일본의 독립서점 문화를 다룬 책들만으로 서점의 매대를 채우게 되었다. 새 책을 펴낸 작가들이 독자들을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도 독립서점으로 바뀌었다. 독립출판과 독립서점, 이 짝짓기를 통해 우리는 알게 되었다. 지성의 문화를 향한 엄숙한 발걸음이 한결 경쾌해졌다는 것을, 사람들이 다시 책을 읽게 되었다는 것을, 아니 여전히 책을 읽고 있었다는 것을.

물론 사람들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아니라 책이라는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취업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청춘에게 독립서점은 맛집, 카페 같은 ‘핫플’일 뿐이고, 책은 잘 찍은 음식과 커피 같은 굿즈일 뿐이라는 것이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두 바퀴로 굴러왔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존재이고 어디쯤 서 있는지를 살피려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읽는다는 알베르토 망구엘(『독서의 역사』)과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을 현실 속에서 성찰한다거나 변화시키는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면 독서는 취미가 될 수 없다는 무라카미 류(『무취미의 권유』)의 서로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떤 이에게 책을 읽는 것은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려는 지적 노동일 수 있고, 어떤 이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숨 쉬는 행위만큼이나 필수적일 수 있지만, 반대로 어떤 이에게 책을 읽는 것은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드러내는 브랜딩일 수도 있다.

책을 만들어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나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다시 책을 읽게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책이 귀했던 시대에도, 책이 넘쳐나다 못해 인스타그램에 소비되는 지금도,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책을 읽는 사람은 읽지 않는 사람보다 적었다. 그 소수의 사람들이 시대의 물결에 떠내려가지 않고, 책의 물질성의 변화를 의식하지 않고 늘 읽어왔다고 나는 믿는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변함없이 책을 읽는 가운데, 스마트폰과 SNS가 만들어내는 동시대적 풍경을 향유하는 데 ‘책’만한 아름다운 매체가 없다는 것을 실감한 사람들이 ‘추가’된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언제나 소수라는 것이다. 독서는 누구나 하려고 하는 것을 저어하게 만들고, 누구나 이미 하는 것에 본능적으로 등을 돌리게 만든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시대를, 세상을, 국가를, 사회 체제를, 문화를, 삶을 생각하게 되어 있다. 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고 책을 찍은 사진만 SNS에 올려도, 몇 줄만 읽고 해시태그를 남발해도 그 사람 곁에 책이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것이 삶의 행복이 물질에 종속된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독서법일 수도 있다. 나날이 높아지는 삶의 속도에서 이탈해 상실감만 짙어지는 사람들이 책을 소비하는 행위로 행복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은가. 책을 진지하게 읽는 사람을 무조건 지지하는 것도, 책을 가볍게 소비하는 사람을 무작정 혐오하는 것도 올바른 접근 방식이 아니다. 자기의 이상형은 다르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동일할 테니 말이다.

아무튼 사람들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지금 우리는 읽어야 하고, 써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겉으로 보여주는 전시용 독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내실을 기하는, 단 한 권을 읽더라도 나의 남은 인생에 용기를 안겨주는 책을 만나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홍대 앞 동네 서점 ‘땡스북스’를 만든 이기섭 대표는 젊은 날 교토를 여행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동네 서점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훗날 작은 서점을 만들고 싶은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한다. 시간을 재촉하며 진화하는 모바일 세상 속에서 우리에게 남은 진짜 현실의 삶은 작은 동네 서점 속에서 만들어지는 건지도 모른다.

 글. 윤동희 | 북노마드+북노마드 미술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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